역사적 예수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신약학자 스캇 멕나이트가 쓴 *‘금식’*이란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오늘날 금식과 관련된 현대 그리스도인들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습니다. 그에 따르면 금식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떤 비통하고 엄숙한 상황에 대한 자연스럽고도 불가피한 반응”이라고 합니다. 성경과 기독교 전통에 따르면 하나님의 백성들은 죽음, 죄, 두려움, 위험, 결핍, 질병과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자연스럽게 금식을 통해 하나님께 반응했습니다. 그 외에도 자신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느낄 수 없을 때, 자신이 죄에 가담했음을 깨달을 때, 국가가 도덕적 위기에 빠졌을 때, 다른 사람의 죄악이나 건강 회복을 위해, 마음의 간절한 소망이 있을 때, 하나님의 인도를 구할 필요가 있을 때 등 하나님의 백성들은 금식으로 반응했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금식의 핵심은 “금식하면 어떤 결과를 얻을 것이다”가 아니라,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하나님의 백성은 금식한다”는 것입니다. 금식에 관한 성경적 관점을 회복시켜 주는 좋은 책이라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금식을 잘 못하는 사람입니다. ‘먹기를 탐하는’ 목사이기도 하고, 또 나이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20대 때는 기도원에서 3일 금식을 자주 했고, 선교지에서는 결혼을 위해 1년 동안 아침을 금식하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하나님의 영에 붙들려 21일간 금식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한 끼 금식도 참 힘듭니다. 음식은 참아도, 커피를 참는 것은 더 큰 고통입니다. 금식 마지막 날, 여러분을 생각하며 목양실에서 편지를 쓰는 이 순간에도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고 몸은 약간 기운이 없습니다. 솔직히 시계가 좀 빨리 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 정도로 저는 연약합니다.
그런 제가 여러분과 함께 작정하고 금식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금식의 목적입니다. 처음 교회를 위해 금식하자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여러분 가운데는 ‘왠 금식?’ 하는 분들도 계셨을지 모릅니다. 사실 저는 우리 교회 부임 전부터, 부임하면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금식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목회하는 동안 오직 하나님의 뜻대로만 목회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성공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성공이란 오직 하나님의 뜻을 알고 그 뜻대로 순종한 결과입니다. 저는 여러분과 교회를 섬기는 동안 오직 하나님의 뜻을 알고 그 뜻대로 순종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금식하며 주님께 맡겼습니다.
또 다른 동기는, 제가 여러분을 섬기면서 우리 교회가 승리를 맛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감사하게도 지난 사역지에서도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풀어 주셔서 기쁘고 행복하게 열매 맺으며 10년을 섬길 수 있었습니다. 인디애나폴리스 한인장로교회에서도 그런 은혜를 맛보고 싶었고, 아니 더 큰 은혜와 승리를 여러분과 함께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축복을 구하며 금식을 작정했습니다.
둘째, 감사입니다. 제가 금식을 선포하고 여러 성도님을 만나 대화하면서, 각자 형편에 맞게 금식에 동참해 주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도님 중에는 금식할 수 없는 형편이신 분들도 계십니다. 의학적 이유, 직장이나 사업 운영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못하신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 중에는 하루 종일 뉴스를 안 보시거나, 커피를 안 드시며 절제하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어떤 분은 단단한 음식만 하루 절제하셨고, 저처럼 하루 종일 금식하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런 고백을 들을 때마다 참 감사했습니다. 한 끼라도 금식이나 절제에 동참해 주신 성도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 사정으로 동참하지 못하신 분들 역시 교회를 위해 기도의 힘을 보태 주셨을 줄 믿고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저를 위해 중보기도해 주신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금식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이유는, 비록 하루 금식이지만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기도해 주신 여러분 덕분에 저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금식이 있는 목요일 저녁마다 교회에 나오셔서 함께 부르짖어 기도해 주신 성도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기도하는 여러분의 모습을 보며, 저는 우리 교회의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여러 사정으로 교회에 나오지 못하고, 가정에서 함께 기도에 동참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셋째, 희망입니다. 저는 우리 교회에 희망을 봅니다. 최근 심방을 통해 여러 연령층의 다양한 성도님과 만나 대화하면서, 우리 교회는 준비된 교회라는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곳은 추수할 곳이 많은 곳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지난 네 차례에 걸쳐 금식하며 기도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우리 교회를 앞으로 귀한 축복의 통로로 사용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우리를 통해 변화될 영혼들을 믿음으로 바라봅니다. 부임 첫 설교에서 나누었던 것처럼, 우리 교회가 “행복한 교회, 건강한 교회, 열매 맺는 교회”로 새로워지기를 믿습니다.
존 칼빈은 기독교 강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요한 문제를 놓고 기도할 때 금식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금식은 마음을 더욱 간절하게 하고 기도에 전념하게 한다. 배가 잔뜩 부른 상태에서 하나님께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금식은 우리 육신을 잠잠케 하고 하나님의 음성을 더 선명하고 분명하게 듣게 하는 신비한 영적 훈련입니다. 금식하면 육의 소리가 잠잠해지고, 영적으로 민감하게 깨어납니다. 하나님의 음성이 더 잘 들립니다. 더 선명하게 들립니다. 바라건대 우리 인디애나폴리스 한인 장로 교회가 하나님의 음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순종하여 그분을 섬기는 귀한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를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12월18일 2025년
목양실에서
박경근 목사 드림
